비워야 채워지는 것들
밤 11시.
하루가 끝났는데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운 순간, 눈은 감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내일 해야 할 일. 오늘 못 끝낸 일. 어제 받은 메시지에 아직 답하지 않은 것. 여러 고민거리들.
몸은 침대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 이런 경험이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번에 만난 브랜드의 창업자도 한때 그런 밤들을 보냈다.
그러다 번아웃. 우울증. 극심한 불면증. 세 가지가 동시에 찾아왔다.
그 시간을 극복하면서 만든 브랜드가 있다.
슬로담:SLOWDAM
채우려고 달리던 사람
슬로담 대표에게 물었다. 웰니스가 뭐냐고.
"건강한 행복입니다."
짧은 답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붙은 이야기는 짧지 않았다.
"예전의 저는 성취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어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공과 사회적 인정을 좇다 보니 결국 번아웃과 극심한 불면증, 우울증이 한꺼번에 찾아왔어요."
목표를 이룰 때마다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자기를 갉아먹는 방식이었다고.
이 이야기에서 멈칫하게 되었다. 우리 대부분이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 채우고, 쌓고, 달리는 것. 그게 잘 사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그렇게 달린 끝에서 대표가 만난 건 성취와 함께 온 번아웃이었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역설
슬로담의 로고는 "느린 그릇(SLOW VESSEL)"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무언가를 더 채우기 위해 애쓰기보다 쉼과 회복이 머무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자는 뜻이다.
대표는 노자의 사유를 빌려 이렇게 설명했다.
"형태의 본질이 내부의 빈 공간에 있듯이, 진정한 회복은 억지로 무언가를 더할 때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비워내는 단절의 시간을 가질 때 찾아옵니다."
이 말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웰니스를 이야기할 때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한다. 영양제들을 먹고, 루틴을 만들고, 앱을 깔고, 챌린지에 참여한다.
그런데 슬로담은 정반대의 방향을 제안한다. 빼는 것. 비우는 것. 멈추는 것.
웰니스 라이프를 위해, 여러가지들을 추가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 일 수 있다.
불면증을 극복한 방법
인터뷰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와닿았던 건 대표가 실제로 번아웃과 불면증을 넘은 과정이었다.
거창한 방법이 아니었다.
우울증은 상담을 꾸준히 받으면서 나아졌다. 번아웃과 불면증은 아침저녁으로 일기를 쓰면서 풀렸다. 그리고 진정 효과가 있는 차를 찾아 마시기 시작하면서 수면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건 "기록"이다.
그녀는 기록을 통해 자기가 성취한 것들을 다시 보았고 잠시 멈춰서 자기 경험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달리기만 하다가, 멈춰서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그 멈춤이 회복의 시작이었다.
차 한 잔이라는 리추얼
슬로담의 제품은 '자늑'이라는 이름의 수면차다.
대추와 귤피 등 심신을 안정시키는 재료로 블렌딩했고 수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카페인이 없다. 저녁에 마시는 것을 권한다.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를
슬로담은 온전한 휴식의 상태로 정의한다.
낮에는 '청(淸)', 밤에는 '진(鎭)'으로 이어지는 루틴. 차를 우리고, 기다리고, 한 모금 마시는 동안 하루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
실제로 고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리는 피드백도 "수면에 드는 과정이 훨씬 편안해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더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 있었다.
"개인의 휴식을 넘어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저녁의 리추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차 한 잔이 만들어낸 것은 수면의 개선만이 아닌, 연결의 회복이기도 했다.
찻잔을 비우며, 새로 채워진 것은 '연결'이었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그 연결이 일어나는 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웰니스는 럭셔리가 아니다
대표에게 웰니스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무엇인 것 같냐고 물었다.
"많은 분들이 웰니스를 잠깐 반짝하는 유행이나 돈이 많이 드는 럭셔리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웰니스는 결국 우리가 잘 살기 위한 방법입니다. 거창한 이벤트나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작더라도 꾸준히 추구하고 가꿔나가야 하는 삶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이 답에서 나는 한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뉴스레터를 통해 만나온 웰니스 브랜드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었다.
"작은 것." "꾸준한 것." "일상 속에서."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반복. 화려한 변화가 아니라 조용한 지속. 그리고 일상 속에서.
웰니스의 본질은 일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웰니스를 위한 시간
이상적인 웰니스와 현실 사이에서 가장 크게 충돌하는 지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대표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요즘 다들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현실적으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나는 공감하면서도, 다른 시각으로도 문제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하루에 스마트폰을 평균 3~4시간 본다. 그 중 5분을 떼어내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가.
진짜 문제는 "우선순위" 가 아닐까?
자기를 돌보는 일이 해야 할 일 목록에서 항상 맨 마지막에 놓이는 것.
슬로담 대표의 말처럼 "하루에 단 5분, 10분이라도 일부러 떼어내서 오롯이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의식적으로 떼어내는 것. 그게 핵심이다. 비워야 한다.
느린 그릇이 향하는 곳
슬로담은 지금 차 한 잔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침구, 아로마 스프레이까지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려 한다.
대표는 이것을 "편안한 여백을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사람들의 일상에 건강한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주는 따뜻한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핵심에 대해서는 "진정성이 쌓여 만드는 복리의 힘"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마케팅보다는 창업자인 저부터 일상 속에서 건강한 행복을 실천하고 그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며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복리.
이 단어가 좋았다. 작은 것이 매일 쌓이면 어느 순간 복리처럼 불어난다는 것.
이건 웰니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다.
오늘의 행동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작은 행동이 삶 전체의 리듬을 바꾸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채우고 있는가, 비우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직 채우는 쪽에 더 익숙하다. 자리가 없지만, 채우게 되니 살면서 놓치는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슬로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운 후에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이냐' 이다.
오늘 밤, 자기 전에 5분만 모든 것을 내려놓아 보는 건 어떨까.
차 한 잔이면 충분하다. 아니, 차 없이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된다.
비워야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그걸 아는 것이 웰니스의 시작이다.
아래에는 인터뷰 전문을 담았습니다. :)
슬로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슬로담은 불면증과 번아웃을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웰빙 라이프 브랜드입니다. 저희의 핵심 철학은 로고에 담긴 '느린 그릇(SLOW VESSEL)'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무언가를 더 채우기 위해 애쓰기보다, 쉼과 회복이 머무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두자는 의미를 담고 있죠. 얕은 쉼이 아닌 깊은 단절과 휴식을 통해 , 누구나 자신만의 건강한 행복을 다시 채울 수 있는 편안한 여백이 되어드리고자 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웰니스’는? 그렇게 ‘웰니스’를 정의하게 된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
제가 생각하는 웰니스는 한마디로 '건강한 행복'입니다. 행복의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가꾸어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웰니스라고 믿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제 과거의 경험 때문인데요. 예전의 저는 성취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공과 사회적 인정을 좇다 보니, 결국 번아웃과 극심한 불면증, 우울증이 한꺼번에 찾아오더라고요. 당시에는 목표를 이룰 때마다 기뻤지만, 돌이켜보면 저를 갉아먹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거치며 사람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대단한 성취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작지만 꾸준하게 누리는 휴식과 기쁨들이 결국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완성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웰니스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많은 분들이 웰니스를 '잠깐 반짝하는 유행'이나 '돈이 많이 드는 럭셔리한 것'으로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웰니스는 내 삶을 건강하게 가꾸고 나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입니다. 남들 눈에 대단해 보일 필요도 없고, 터무니없이 비쌀 이유도 없죠. 웰니스는 결국 '우리가 잘 살기 위한 방법'이잖아요. 거창한 이벤트나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작더라도 꾸준히 추구하고 가꿔나가야 하는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웰니스’와 현실 사이에서 가장 크게 충돌하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
가장 크게 부딪히는 지점은 역시 '시간'인 것 같아요. 요즘 다들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현실적으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잖아요. 이게 가장 큰 딜레마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에 단 5분, 10분이라도 일부러 떼어내서 오롯이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그 짧은 틈을 지켜내는 것이 저의 '건강한 행복'을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슬로담의 서비스/제품을 경험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
가장 많이 듣는 피드백은 '수면에 드는 과정이 훨씬 편안해졌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차를 마시는 짧은 시간을 통해 낮 동안의 바빴던 일상을 환기하고 계십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이것이 개인의 휴식을 넘어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저녁의 '리추얼(Ritual)'로 자리 잡았다는 피드백입니다. 저희 제품이 단순한 차를 넘어,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숙면을 준비하는 건강한 저녁 루틴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또는 ‘하나의 관점’이라면, 그 관점은 무엇인가요?
💡
슬로담은 얕은 쉼이 아닌 깊은 단절을 통해, 바쁜 일상 속 잃어버린 '건강한 행복'을 되찾아주는 여백의 브랜드입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성취하고, 시간을 쪼개어 더 많은 것을 채워 넣으라고 요구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달리다 번아웃을 겪었고요. 하지만 슬로담은 정반대의 관점을 취합니다. 노자의 사유처럼 형태의 본질이 내부의 빈 공간에 있듯이, 진정한 회복은 억지로 무언가를 더할 때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비워내는 '단절의 시간'을 가질 때 찾아온다는 관점입니다.
지금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그 비워냄의 시간을 돕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머무는 공간과 깊이 잠드는 순간까지 일상 곳곳에 편안한 여백을 만들어주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대표님의 철학이 실제 서비스나 브랜드에 어떻게 녹아 있나요?
💡
슬로담의 '비워냄'과 '건강한 행복'이라는 철학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브랜드에 직접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 첫째, 시각적 메시지입니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회복을 위해 비워 둔 자리라는 의미를 담아 , 중심이 비어 있는 '느린 그릇' 형태로 심볼을 디자인했습니다.
• 둘째, 자극 없는 본질적인 원료입니다: 바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도록, 카페인 없이 대추와 귤피 등 편안한 휴식을 돕는 재료들로 블렌딩 티 '자늑'을 개발했습니다.
• 셋째, 쉼의 리추얼(Ritual) 제안입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를 온전한 휴식의 상태로 정의하고 , 낮(청)과 밤(진)으로 이어지는 루틴을 제안합니다. 곧 추가될 침구와 아로마 스프레이 라인 또한 고객의 수면과 공간 전체에 편안한 여백을 제공하기 위한 연장선입니다.
웰니스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제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의 핵심은 '진정성이 쌓여 만드는 복리의 힘'이에요. 웰니스는 결국 제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거잖아요. 거창한 마케팅보다는, 창업자인 저부터 일상 속에서 '건강한 행복'을 실천하고 그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며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당장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돌보는 소박한 일상의 기록들이 매일 쌓이면 결국 복리처럼 불어나서 고객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거든요. 화려한 포장보다는 묵묵하고 꾸준한 실행력이 긴 호흡으로 이어질 때, 브랜드도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가요?
💡
제가 슬로담을 통해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가치는 결국 '건강한 행복'이에요. 현대 사회는 늘 우리에게 무언가를 더 채우라고 강요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제 경험을 통해, 진짜 회복은 나를 온전히 비워내는 '단절의 시간'에서 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희 브랜드가 사람들의 바쁜 일상 속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느린 그릇' 같은 여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자기 전 차를 마시는 짧은 리추얼로 그 여백을 돕고 있지만, 앞으로는 포근한 침구나 마음을 달래는 아로마 스프레이처럼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다가가고 싶어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사람들의 일상에 건강한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주는 따뜻한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